이경일 회사원

전통적으로 옛날에는 집안에 가훈(家訓)이 있었다. 요즘도 학교에는 교훈(校訓)이 있고 회사에는 사훈(社訓)이 있으며 가정에는 가훈(家訓)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가훈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인데 이 말은 추구에 나와 있는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자식이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에서 인용하여 쓰는 말이다. 대구로 이루어진 말이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가훈으로 무슨 말이 가장 많이 쓰일까? 중국의 가훈 1호는 난득호도(難得糊塗)다. 이 말은 300여 년 전 청(淸)나라 때 정섭(鄭燮)이 했던 고사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 보다 더 포장해서 나타내려고 하는데 자기가 알고 있으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처럼 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정섭은 호가 판교(板橋)여서 중국인들에게 정판교(鄭板橋)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정판교가 벼슬아치로 있을 때 나름대로 배워 자기도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현령으로 지방에 부임하게 되었다. 지방에 내려가는 도중에 거봉산 어느 모옥에서 하루 밤을 머물게 된다. 그 집주인은 스스로를 어수룩하게 살아가는 바보 늙은이라며 호도(糊塗)노인이라고 소개했다. 하루 밤을 자고 다음날 호도노인은 아주 큰 벼루를 보여주며 현령이 누추한 곳까지 왔으니 벼루에 새길 좋은 글 하나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정판교는 하룻밤 고마움의 표시로 호도를 빗댄 ‘바보 되기는 어렵다’는 난득호도 라는 네 글자를 쓰고 스스로를 과시하는 투로 청나라 황제였던 강희제(康熙帝), 옹정제(雍正帝), 건륭제(乾隆帝) 때 과거에 합격했던 사람과 자기를 비슷하다는 의미로 ‘강희수제, 옹정거인, 건륭진사’라고 쓰고 호도 노인에게 남은 공간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호도노인은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아름다운 돌은 얻기 어렵고 굳센 돌 특히 얻기 어려우니/ 아름다운 돌이 굳센 돌로 바뀌기는 더더욱 어려운데/ 아름다움은 속에 있고, 굳셈은 밖에 있는데/ 시골사람 오두막에 숨어 살뿐 부귀의 문 넘나들지 않지요.』

그냥 허름하게 시골에서 사는 노인으로 알았던 호도노인은 시골뜨기 노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노인의 시구를 본 정판교는 젊은 시절 고관대작이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호도노인이 정말로 ‘난득호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다시 붓을 들어 난득호도에 대한 네 글자를 다시 풀이해서 썼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습니다./ 총명하면서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지니 원하지 않아도 나중에는 보답이 복으로 올 것입니다.』

정판교는 정말로 실천하며 사는 노인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컸던 것이다.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자신을 낮추고 깊은 산속에 은거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난득호도’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다. 세상은 내가 아는 것만큼만 보이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 얼마만큼 인지 모르면서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지 되돌아보며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며 배움을 중단하지 말고 늘 익히기를 해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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