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촌이 논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그 이유는 행복이 비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서양의 사상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흄(David Hume:1711~1776)은 시기심의 가장 큰 요소는 사회적인 비교인데, 비교 가능한 대상끼리의 비교를 강조했다. 그것이 우리 농경사회에 견주어 본다면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사촌 이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데이비드 흄은 “철학자를 시기하는 작가는 거의 없으며, 다른 종류의 글을 쓰는 작가나 다른 국가의 작가, 아니면 다른 시대에 속하는 작가는 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자기와 비교대상이 되지 않아 시기나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흄과 같은 시대에 버나드 맨더발도 “만일 걸어가야 하는 사람이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는 사람을 부러워할 경우, 4두마차를 탄 사람이 6두마차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 느끼는 시기심의 강도가 훨씬 약하다”고 했다. 말하자면 행복의 기준을 스스로 어떤 절대적 판단이 아니라 이웃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므로 발생하는 행복의 가치 현상이다. 즉 나보다 뒤 처져 따라오는 사람은 보지 않고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만 보기 때문에 스스로 불행해 하는 것이다.

어떤 직장인이 회사 실적이 좋아 A사원 연봉이 500만원이 올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 B사원은 700만원이 올랐다. 이럴 때 A사원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B사원보다 적게 오른 것이 화가 날 것이다. 물론 다른 회사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옆 동료가 오른 것이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이웃 효과다. 이웃효과의 특징은 절대적 가치기준이 아닌 상대적 비교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자부심이 낮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소위 엄친아 라고 불리는 친구가 가깝게 있으면 상대적으로 묻혀버리게 된다. 이른바 엄친아 현상인데 비슷한 명언 4가지를 더 살펴보자. 첫째, 나보다 뒤 따라 오는 사람을 보고 행복하기 보다는 앞서가는 사람을 보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셀 몽테뉴’의 말이다. 둘째,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과 불행을 생각하게해서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셋째, 행복한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의 작가 ‘쥘 르나르’의 말이다. 넷째,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 하지는 않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웃 효과’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2006년 한국종합 사회조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계층별 체감소득은 우리사회의 이웃효과를 잘 나타내는 지표였다. 당시 월 소득이 500만 원대의 사람 중 26.6%가 자신을 하위계층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100만원이 더 작은 400만 원대 사람들은 5.1%만이 하위 계층이라고 답했고,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계층에서는 61%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대답했으며, 36.5%는 하위계층이라고 대답했다.

즉 비교 대상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행복 지수는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은 물리적인 이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멀리 살지만 자기와 관계가 있는 친척, 가까운 친구들 중 늘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부자들의 공통된 특성이 있다. 그것은 가난한 친구를 위래 밥 사고 술은 살망정 현금을 거저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부자친구를 두었다고 해도 작은 덕은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큰 덕은 바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비교 대상이 되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 사랑이 어떤 나라보다 애틋하다고 한다. 자식이 잘되면 자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식이 잘 되지 못하면 기죽기 마련이다. 자식이 출세하면 요란한 간판과 플래카드를 내걸어 자랑하는 경우도 소위 말하는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심리일 것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이상의 명품 사랑도 기 싸움의 일종이다. 세계유수의 이름 있는 명품업체들의 각축장이 우리나라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판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회사브랜드보다도 품질을 더 따지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간판 즉 메이커 명품을 선호한다. 이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조금 못하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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