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읍 길용리 영산선학대학교 仁山(인산) 백인혁 총장 숙소 앞에 핀 매화

영광은 유독 눈이 많은 지역이었다. 설 즈음이면 무릎을 덮을 정도의 눈이 몇 차례 내렸을 시기다. 흰 눈이 덮인 산하에서 ‘강치’한다며 웅크리고 종종걸음 치며 따뜻한 불에 언 손을 녹여야 했다.

올해는 지금이 겨울인가, 봄인가 헷갈린다. 예년 같으면 매서운 추위와 눈을 맞고 있을 시기다. 올해는 아직 눈 구경도 못 했다. 눈은커녕 비만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적잖다. 날씨만 보면 분명 봄이다. 눈꽃이 산하를 덮어야 할 시기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로화단의 팬지도 화사한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백수읍 영산성지 인근 주민은 매화가 한 달 전부터 피어 있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매화는 봄기운이 도는 3∼4월이 돼야 핀다.

이렇게 포근하고 ‘눈 없는 겨울’에 농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 땅에서 눈을 이불 삼아 자라야 할 보리와 마늘이 웃자라 흉작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땅이 얼지 않아 병해충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잎집썩음병(무름병)이나 균핵병 발생은 물론 나중에 뻥마늘(스펀지마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은 갑작스럽게 강추위가 찾아올 경우 동해도 우려하고 있다.

봄 같은 겨울 날씨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화천 산천어 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는 바람에 얼음낚시 대신 수상 낚시가 돼버리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얼음이 둥둥 떠다녀야 할 한강에도 얼음은 없고 푸른 물결만 넘실대고 있다. 무등산 정상 부근에 사는 북방산개구리와 섬진강 개구리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산란한 모습이 관측됐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 까지 영광의 평균기온은 5.71℃로 1년 전의 1.09℃ 보다 5℃ 이상 높다. 강수량도 13.Cm로 10Cm 정도 많다.

지구 온난화 우려 현실로

지구 온난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 아니, 아예 겨울이 사라졌다. 기상청은 이 같은 현상은 극동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서부, 서시베리아 일부, 호주, 북미 서북부와 중동부, 동아시아 동남부, 베링해 부근 지역에서 평년보다 약 3.0~6.0℃ 높다고 밝혔다. 북반구 전체적으로 상공의 한기가 작년에 비해 규모가 작고, 한기남하가 어려운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파는 예상되지 않아 ‘겨울 실종’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으로 예보 했다.

기술센터 “습해예방·병해충 방제”

영광군 농업기술센터는 월동작물인 보리와 밀은 양쪽 배수로를 열어주고, 배토기 등을 이용하여 배수구를 정비, 습해 예방을 당부했다. 마늘과 양파는 과습 피해를 받은 포장은 비닐 멀칭을 일부 걷어주어 피해를 줄이고 포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를 권장 했다.

시설채소는 햇빛을 잘 받도록 아랫잎이나 늙은 잎 따주기, 반사판 설치 및 비가 잦고 구름이 많은 날은 질소질 비료를 적게 시용하며 오전 중에 잎에 햇빛이 많이 닿도록 이중 커튼을 일찍 열어주고 온도를 올려 광합성 촉진을 요청했다. 또한 시설 내 환기 및 통풍에 유의하고, 병든 식물체가 남아 있지 않도록 포장관리 철저 및 병해 우려 시 적기 방제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과수는 토양과 접하는 밑동 부분을 보온자재로 감싸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고 나무 원줄기에 흰색 수성 페인트를 발라주거나 신문지 등으로 감싸주며 동해가 우려되는 포장에서는 한파 대비 가지치기를 늦추어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인삼은 물빠짐이 잘 되도록 배수로를 정비하고 해가림망을 내려주는 것도 강우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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