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공자는 동양 최고의 성인으로 꼽힌다. 그럼 공자시대에 공자가 학문을 물려 줄만 한 후계자로 선택될만한 사람이 누구였을까. 학자들 간 이견이 분분하다. 공자 사후 어록을 모아놓은 책이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한 《논어(論語)》다. 공자의 제자는 3000명에 달하고 대학의 석좌교수 급 되는 제자는 공문십철(孔門十哲) 이라고 해서 열 명 있었다. 그들 모두 공자의 학맥을 이었지만 후계자로 지칭되는 사람은 논어에 근거해서 증자(曾子)로 보는 학자들이 가장 많다.

공자는 여러 제자들 중 다소 둔한 제자로 분류됐다. 증자 아버지 증석(曾晳)도 공자의 제자인 것을 보면 공자가 어느 정도 학문이 완성되었을 때 입문한 제자였다. 공자는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영리하지도 못한 증자를 왜 맥을 잇는 제자로 삼았을까? 그것이 여기서 말하고자한 ‘일이관지’다.

어느 날 공자는 증자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증자도 여러 제자들과 함께 있었다. 공자가 증자에게 “삼(參)아 내 도에는 일관된 것이 있느니라.” 증자가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이 말만 듣고 공자는 문을 나섰다. 공자의 제자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증자에게 물었다. “네가 알고 있다는 선생님의 도는 무엇인가?” 증자가 제자들에게 대답했다. “선생님의 도는 충서(忠恕)일 뿐이다.” 공자와 증자의 이 대화는 마치 선문답(禪門答) 같았다.

부처님이 가섭(迦葉)에게 불도를 전하는 모습과 너무 흡사했다.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 한마디 속에 온전히 녹아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충서(忠恕)는 공자 철학 속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의 합자로 자기 마음에 성의(誠意) 다한다는 충실(忠實)함을 나타내고, 서(恕)는 같을 여(如)와 심(心)의 합자로 타인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처럼 생각해 용서(容恕)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생각하면 용서를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렇게 충서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 되었던 것이다.

공자 사후 증자는 본격적으로 학맥을 이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공자 계보는 증자, 공자의 손자인 자사자(子思子), 그리고 아성(亞聖)이라고 하는 맹자(孟子)로 이어진다. 공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르침을 ‘공맹(孔孟) 사상’이라고 한다. 증자는 사서삼경에서 제일 먼저 읽으라고 하는 《대학(大學)》을 썼다고 전해진다. 공자의 손자 자사자는 신독(愼獨:혼자 있음을 삼가 함)을 강조하는 《중용(中庸)》을 집필 하였다.

일이관지는 공자가 제자들을 양성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논어에는 증자에게만 물어본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 한마디 때문에 공자 같은 성인이 증자에게 물려주었겠는가. 제자로서 도리를 하고 머리는 약간 우둔하여도 오직 한우물만 파며 영리한 제자보다도 훨씬 노력하고, 특히 부모님께 효자로도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에 증자를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서를 요즘으로 말하자면 가장 적절한 말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즉 많이 가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서민들에게 배려하고 함께 이루어 가는 사회가 충서에 해당된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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