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은 심리적으로 자라와 비슷하거나 또는 자라와 연관된 동물이나 생김새가 유사한 물체를 봐도 자라가 연상되기 때문에 놀란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전혀 무섭지 않았던 솥뚜껑이 자라에게 무서움을 느낀 후에는 순간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일어나는 현상을 ‘점화효과’ 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의식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무의식속에 발생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점화 효과에는 정적 점화 효과와 부적 점화 효과가 있다. 정적 점화 효과는 선택적 주의를 통해 이전에 경험했던 단서에 대해서 반응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부적 점화 효과는 이전에 억제했던 단서에 대해서는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파란 그림과 빨강그림 두 개를 놓고 파란 그림에 주의를 기울이고 빨강 그림에는 주의를 억제했다면 나중에 파란 그림을 보았을 때 정적 점화 효과로 인해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빨강그림은 주의를 억제했음으로 부적 점화효과로 인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1971년 데이비드 마이어(David Meyer)와 로저 쉬바네벨트(Roger Schvaneveldt)의 연구를 통해서 점화 효과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 두 사람은 단어의 어휘를 판단하는 과제에서 두 가지 연구를 병행했다. 먼저는 목표와는 무관하게 무작위로 단어를 보여준 뒤 표적 단어를 보여주고, 다음에는 표적과 매우 가까운 단어를 먼저 보여주고 다시 표적 단어를 한 번 더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피험자들은 전자보다 후자에서 반응시간이 훨씬 빠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서 점화란 인간의 뇌가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분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기억하여 저장된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이론이다. 또 다른 사회심리학자 존 바그와 그의 동료들은 뉴욕 대학의 학생들에게 다섯 단어를 조합해서 네 단어를 만들어 보라고 요구했다. 한 집단에는 제시어를 근심하는, 늙은, 회색의, 감상적인, 현명한, 은퇴한, 주름진, 빙고게임 등 노인을 묘사한 단어를 제시했다.

이 집단은 실험을 끝낸 뒤 연구원들이 피험자들에게 복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몰래 측정했다. 그러자 결과는 놀랍게도 노인을 연상케 하는 제시어를 받았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느리게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생들은 본인들에게 주어진 단어가 노인과 관련된 단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했고 그 영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노인처럼 천천히 걷는다는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들도 무의식속에 점화 효과를 많이 보며 살고 있다.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지금도 코카콜라는 뉴스 후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뉴스는 온화한 것이나 평범한 사례는 뉴스 꺼리가 되지 않아 보도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회적으로 악질 범죄나 테러 등 혐오스러운 일을 주로 보도한다. 그러므로 뉴스가 끝나면 뉴스를 본 시청자들 마음도 무겁고 동정이 가거나 침울한 상태여서 맛있게 마셔야 할 음료가 부정적 효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콜라는 더더욱 탄산음료로 제품자체에 당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뉴스 후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다.

주부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후에는 배역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광고를 많이 하게 된다. 그 드라마의 내용이나 주인공의 인기에 부합하여 광고의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으므로 효과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정적으로 호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가전제품의 모델로 써서 선전하면 주부들로부터 선호도가 훨씬 높다는 이야기다. 이때 악역을 담당했던 배우는 광고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불러주지 않고 이미지도 좋지 않게 나타나므로 사실은 출연료를 더 많이 받아야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점화 효과를 실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삶속에서 모두가 다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상대하기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만나기전 속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연상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편안하다, 유쾌하다, 예의 바르다, 등의 긍정적 단어를 떠 올리면 상대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은 긍정적으로 무의식중에 변해있다는 것이다. 점화 효과는 친한 사이에도 충고하고자 한다면 먼저 칭찬을 한 뒤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 다음 충고해야 충고하는 마음이 상대를 감동시켜 받아들여진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먼저 비판을 하게 되면 충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보는 이론이 점화효과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