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중국 춘추시대말기 제(齊)나라에 걸출한 명신 안자(晏子)가 있었다. 그는 키가 5척에 불과한 아주 왜소한 몸이지만 군주 세 명을 모셨던 명재상이었다. 그에게는 고료라는 친구 겸 조언을 해주는 자가 있었다.

둘 사이는 누구보다도 가까웠으며 항상 친분이 두터워 함께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고료를 내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안자에게 간언했다.

“고료가 선생을 모신지 이미 3년이 되었습니다. 그에게 벼슬자리도 주지 않고 내 쫒는 것은 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안자가 대답했다. “나는 비천한자로서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아야 참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고료는 3년이나 나를 따르면서도 일찍이 단 한 번도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보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내 보낸 것이다.”

물론 안자라고 해서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잘못을 알면서도 불편해 할까봐 간언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화가 된 것이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劉邦)은 항우(項羽) 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천하를 제패한 뒤 연회석상에서 신하들에게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은 서한 3걸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떨어져 있는 전장에서 승리하는 일은 내가 ‘장량(張良)’만 못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안하며 전방에 식량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일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고, 100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우면 반드시 승리를 손에 넣는 일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당대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그래도 유방이 이 사람들을 쓸 줄 몰랐다면 천하를 제패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우는 가문이나 용맹에 있어서는 유방은 게임도 안 되는 처지였다. 그리고 항우 에게도 걸출한 책사 범증(范增)이 있었다. 그러나 그 머리 좋은 범증의 계략을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만 하게 되니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방이 이렇게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부하들의 장점을 잘 살려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밀어주며 항상 경청하고 부하를 높일 줄 아는 것이 유방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다. 진나라 수도 함양에 항우 보다 먼저 입성했을 때 황실의 미녀들을 보고 점령군 대장으로 두 눈이 뿅 갔었다. 유방은 진나라 황실에서 계속 머물기를 원했다.

이때 번쾌(樊噲)가 만류하며 빨리 다른 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간언해도 듣지를 안했다. 그러나 책사 장량이 간언하기를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 습니다.” 번쾌 장군의 말씀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방은 다음 일을 도모하여 천하를 통일하고 400년을 한나라라는 이름으로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시대는 달라도 사람 사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도 최고 권력자 밑에서 일하는 분들이 권력자에게 가끔 쓴 소리를 한 번씩 해야 한다. 상대 당에서 하면 발목잡기가 되지만 같은 노선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간언하면 충고로 받아들여 나를 돌아보고 참다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가 지적해 주지 않으면 나의 과실을 알기가 힘들다. 진정으로 나의 과실을 알아내는 방법은 내 옆에서 가끔 불편한 소리를 하는 측근일 것이다. 불편하다고 치부해 버리고 듣지 않는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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