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모든 포유동물의 수컷은 동일한 암컷과 교미를 지속하면 지치고 새로운 암컷과 교미를 하게 되면 새롭게 흥분 된다는 이론이다. 고정된 상대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성적 욕구가 식어버리지만 상대가 바뀌면 새로운 성욕이 돋는다는 현상을 프랭크 비치라는 동물 행동학자가 미국 제30대 대통령을 지낸 존 캘빈 쿨리지(John Calvin Cooldge)의 이름을 써서 발표했다. 1924년부터 1929년까지 미국에서 호황을 누리고 29년 말 대공황이 오기 직전 까지 재임한 미국의 잠보로 소문난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재직시절 쿨리지 부부는 시골의 닭을 많이 키우는 한 농장을 방문했다. 농장의 닭장 안에는 많은 닭들이 있었는데 암탉이 수탉보다 열배는 많았다. 즉 암수 비율이 대략 10vs1정도 되었다. 닭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쿨리지 부인이 농장 관리인에게 물었다. “수탉이 저렇게 적은데 어떻게 알을 그렇게 많이 날수 있습니까?” 그때 마침 수탁과 암탉이 교미를 하고 있었다. 다시 묻기를 “수탉은 하루에 몇 번을 교미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농장 관리인은 대답하기를 “수탉은 암탉과 셀 수없이 교미를 합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쿨리지 부인은 농장 관리인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속삭이듯 “우리 남편에게 꼭 이이야기를 해주십시오.”하며 부탁했다. 조금 뒤 대통령이 왔다. 그때도 마침 닭은 교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 부인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습니까?” 농장 관리인은 들은 대로 이야기 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관리인에게 “수탉이 항상 같은 암탉과 교미를 합니까?” 하고 되물었다. 관리인은 “수탉은 항상 다른 암탉하고만 교미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대통령 역시 귀엣말로 “우리 부인에게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십시오.”하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여러 학자들이 동물들의 암수 간에 성적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크고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모든 동물들의 수컷들은 동일한 암컷과의 교미에서는 쉽게 지치고 싫증을 느꼈다. 하지만 새로운 암컷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숫양에게 암양과의 교미를 유도했을 때 숫양은 한번은 똑 같은 암양과 교미를 느껴보지만 그다음에는 고개를 돌린다. 그런 숫양에게 얼굴에 헝겊으로 가려 보지 못하게 한 다음 그 암양과 다른 암양을 들여보내면 숫양은 100% 새 암양에게 다가간다. 먼저의 암양은 철저하게 피한다는 것이다. 페르몬을 포함한 동물만이 가지고 있는 냄새가 성 선택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이 냄새에 동물들은 어김없이 반응 한다는 것이다.

모든 동물들은 새로운 상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심리학회에서 1948년 ‘쿨리지 효과’를 정식으로 심리학 용어로 채택하여 쓰고 있다. 그 뒤 2002년 독일의 심리학자 디트리히 클루스만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쿨리지 효과를 실험은 못하고 19세에서 32세까지 비교적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조사에서 남성은 시간이 지나도 파트너와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줄지 않은 반면 여성은 급격히 감소해 8년이 지나면 20%여성만이 남편과 자고 싶다고 대답했다. 예상과는 달리 쿨리지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클루스만이 이 조사를 하면서 또 한 가지 결과가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의 잠자리를 꺼리지만 남편을 다정하게 대하려는 마음은 더 깊어진다고 한다.

즉, 젊어서는 여성이 성적매력으로 남편을 잡았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다정함과 포근함으로 남편을 매료시킨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젊은 과부의 생활을 선우휘의 소설 속에 있는 부분을 인용하면 예나 지금이나 성적 욕구는 주체 할 수 없는 듯하다. ‘불꽃’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자. 『무병한 어머니는 때때로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신음하는 때가 있었다. 현이 걱정을 하면 까닭 없이 얼굴을 붉혔다. 한번은 몹시 열을 내고 몽롱한 상태에 빠져 거리의 의사를 부른 적이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어머니는 흐릿한 정신가운데에서도 두 손 으로 한편 허벅지를 꼭 누르며 의사의 진단을 거부했다.

현은 그 손을 물리치고 어머니가 손으로 누르던 곳을 들여다보았다. 무릎 가까이가 몹시 곪고 붉은 줄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현은 그 붉은 줄의 좌우에 생생히 남아있는 무수한 상흔을 보았다. 그것은 끝이 뾰쪽한 것으로 찔러서 낸 상처였던 것이다. 그 상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현이 그것을 깨닫기에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나야 했다.』 70여 년 전 대한민국에 젊은 과수댁이 느끼는 애환을 적나라하게 써낸 작품이다. 물론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다. 만약 그 시대에 이 여인이 남정네를 만나기 시작했다면 당시 상황으로는 비극을 초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과수댁이 산다면 인간의 몸에 내장되어있는 동물적 생리 욕구를 어떻게 처리 하겠는가. 사람마다 생각도 다른 만큼 시대에 따라서 행동도 각각 다를 것 이라고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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