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철 백수중학교 교사

한 학생이 질문을 해왔다. 진로희망을 발표하는 과제가 있어 교사로 하려는데 교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갑작스런 질문에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얘기를 순서 없이 해준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장점은 무엇일까? 학업에 별 흥미가 없던 학생이 편지에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다는 한 문장에 보람을 느낄 때.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 둘이 내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는데도 졸업하고 인사한다고 그곳까지 찾아왔다.

그때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에 와 닿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쑥스럽고 미안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수업 시간에 그 학생에게 해준 긍정적인 ‘말’ 한 마디였는데 한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것을 되돌려 받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직까지도 안부 전화를 꼬박꼬박 하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교사의 말 한 마디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교사의 말 한 마디에 관해 서로 다른 기사를 볼 때가 있다. 어느 분야에서 성공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교사의 말 한 마디에 꿈을 갖게 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는 인터뷰가 있다. 그런가하면 교사의 말 한 마디에 어둠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다. 말에 대한 속담으로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등이 있다.

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학생들에게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얼마나 신중하였는가?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하라고 하면서 나는 그것을 실천하였는가?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는가? 말 한 마디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초임 때 토‘말’이라는 곳에 학생들과 야영을 갔던 일이 생각난다. 해남 땅끝을 토말 이라고도 한다.

청소년 단체를 지도하시는 선배 선생님이 소속 학생들과 함께 1박 2일 야영을 주말에 가는데 같이 가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어서 주말에는 집에 가서 다음 주 입을 옷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생각할 겨를 없이 가게 되었다. 토요일에 오전 수업을 하고 각자 집에 가서 짐을 챙겨서 오후에 출발하였다. 토말에 도착하여 학생들과 텐트를 치고 첫 번째 프로그램인 담력훈련을 진행하였다. 코스는 야영 장소에서 출발하여 토말탑이라는 전망대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었다.

미리 학생 세 명을 중간 중간에 숨어있게 하고 그들은 학생들이 근처에 다다르면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는 것이 임무였다. 선배 선생님은 해가 질 무렵 두 명씩 짝을 지어 출발시키고 나는 토말탑에 올라가서 도착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다. 올라오는 중간에 학생들이 놀라서 지르는 소리가 재미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올라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는 학생들이 비명을 질러 너무 놀라서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출입구 계단을 보니 플래시를 든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관이었다. 학생들이 올라오면서 지른 비명소리에 마을 주민들이 신고를 한 것이었다. 나는 파출소에 가게 되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학교 관계자와 통화가 된 후 텐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십 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이 활동이 출발점이 되어 그 다음해에는 내가 청소년 단체를 조직하여 지도교사를 맡게 되었다. 학생들과의 좋은 추억이 교사의 보람이고 장점이다.

<이미지=원더풀마인드>

이원철 백수중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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