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떤 일을 눈앞에 두고 사고를 할 때 수직적 사고를 해야 할 때가 있고 수평적 사고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수직적 사고가 논리적이며 학문으로는 수학과 과학에 가깝다면, 수평적 사고는 창의적이고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직적 사고의 답은 정해진 하나의 답이 되며 수평적 사고는 확실한 답이 없거나 아니면 무수히 많은 답이 나올 수 있다.

창의적이며 드넓은 수평적 사고는 1960년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에 의해 처음 소개되어 세계적으로 사고 혁명을 일으킨바 있다. 수직적 사고가 목표 하나만 보고 사냥감을 몰아 잡는 방식이라면 수평적 사고는 들에 나가 이곳저곳을 살피며 나물을 채취하는 방식에 가깝다. 물론 어떤 것이 좋다고 2분법으로 말할 수는 없다. 문제 사안에 따라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수평적 사고를 더 많이 하고 여자들이 수평적 사고를 더 쉽게 한다고 한다. 수평적 사고를 많이 한다는 현대그룹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하나 보자. 6.25가 막바지에 달한 1952년 미국에서 한국전쟁을 종전으로 이끌겠다고 공약으로 내건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극비리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한국 전쟁 상황을 직접 보기위해 극비리에 내한했던 것이다.

정부는 초비상 상태였다. 그의 일정 중에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 참배가 있었다. 부산에 황량하게 방치되어있는 유엔군 묘지를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예의가 벗어나는 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전쟁 중이기는 하지만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건설에 밝은 현대 정주영 회장을 찾게 된다. 미군 책임자와 우리나라 정부에서 요구는 5일 내에 묘역 전체를 푸른 잔디로 입혀 달라는 주문이었다.

12월의 대한민국에서 푸른 잔디를 구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군 담당자의 조건은 실비의 3배를 줄 테니 묘지를 푸른 동산으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정주영의 머릿속에 푸른 잔디 하니까 불도저 같은 성격에 겨울에 푸른 것은 밭에 보리밖에 생각이 없었다. 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낙동강 변 보리밭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입한다. 트럭 30대를 동원하여 보리밭을 통째로 옮겨 그 넓은 묘역을 한겨울에 푸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주영의 생각은 깊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은 푸른 광장만 볼뿐이지 당시 보리의 중요성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며, 겨울에 잔디를 심는다고 해도 노랗게 보이지 푸르게 보이지 않는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던 것이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핵심을 꿰뚫어 볼 줄 알았던 것이다. 이런 수평적 사고는 한발 물러나 핵심이 무엇 인지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바라볼 때 그 답이 보인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평적 사고하면 일본의 유명한 아오모리현의 태풍 속에 살아남은 사과이야기를 많이 한다. 옛날부터 아오모리현은 일본에서 사과 산지로 유명하다. 어느 해 사과가 태풍으로 인해 90%가 떨어져 농민들은 실망하고 있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주업인 사과농사가 평년의 10%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히 망연자실 했다. 이때 진취적 사고를 가진 한 농부가 기발한 역발상을 해낸다.

사과농장에 몰아닥친 태풍은 초속 50m도 견뎌 낸 특별한 사과라는 것을 큰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지역 모든 농장주들과 합력하여 이 사과는 특별한 ‘회복기원’ 사과라고 이름 붙여 일반 사과의 10배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말하자면 초속 50m 태풍에도 살아남았으니 어떤 어려움도 이 사과를 먹으면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당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앞 다투어 아오모리현 사과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사과는 불티나게 팔렸고 농민들은 어느 해 보다 수입이 많았다.

이 시대에 유명한 기업가 미국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있었다. 그도 수평적 사고를 했던 이 시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아이폰을 만들 때 새로운 발명품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미 이 세상에 나와 있는 것을 아이폰 안에 넣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터치스크린 핸드폰이나 태블릿 PC등도 그의 발명품이 아니고 이미 나와 있던 것을 상용화하여 쓰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 인지도를 대폭 상승시켜 시중에 내 놓았다.

그러다가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는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지 않았어도 새로운 것을 발명한 사람보다 훨씬 명성이 높았던 것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을 결합해서 인간이 쉽게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수평적 사고의 일환이다.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강연에서 그는 “굶주린 것처럼 계속 추구하고 미련한 것처럼 계속 시도하라” 라고 말했다. 즉 무식하면 용감하듯이 우직하게 시도해서 뜻한 바를 이루라는 말이다.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주위에 있는 것들의 쓸모를 찾아서 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수평적 사고이며 역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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