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여러 사람의 의견을 편견 없이 듣고 일을 처리하면 실수가 적고,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고사다. 동양인이 제일 많이 읽었다는 《삼국지(三國志)》 촉서에 나오는 말이다.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 제갈량(諸葛亮)이 주군 유비(劉備)가 죽고 촉한의 승상으로 있으면서 실제로 촉한의 군주와도 다름없이 정치를 하면서 주위에 참모가 필요했었다. 회의 때 마다 항상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도록 배려하며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도 모두 경청하였다. 어떤 때는 현안과 관계없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들었다.

한번은 자신이 일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는데 동화(董和)라는 관리가 그 일에 관하여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때도 제갈량은 그를 질책하기보다는 한편의 글을 써서 표창을 하고 다른 관리들에게도 동화처럼 잘못됨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는 본보기였다. 후세사람들은 이 말을 여군하교(與群下敎)라고 하며 명문장으로 꼽는다.

“제가 승상부에서 많은 관리들을 임용하여 국가의 대사를 돕고 공동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고 각 방면의 유익한 건의를 널리 듣기 위함입니다. 정확한 의견을 얻음으로써 일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 죄가 두렵고, 논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에 손실을 초래할 뿐입니다.” 이렇게 제갈량은 자기의 기지보다는 다른 관리들의 의견을 구하여 최종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요즘 현대사회에서 소통(疏通:Communication)이란 말을 많이 쓴다. 특히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많이 쓰고 있는데 막혔던 대롱이 ‘뻥’하고 뚫리는 것을 소통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소통은 그냥 통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소통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첫째로 마음 문이 열려야 되기 때문이다. 회의 방법 중에 창의적인 발상을 끌어내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도입하여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이 방법도 상대를 배려하고 의견을 중요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의견을 내라고 했을 때 각자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앞에 나온 의견과 동일한 의견을 냈다면, 진행자가 묵살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때 브레인스토밍은 동일한 의견일지라도 한사람의 의견으로 적고 나중에 동일한 의견이 또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지우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동일한 의견을 냈다며 무시하거나 핀잔을 준다면 그 사람은 다시는 의견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방지하기위해 브레인스토밍을 도입한 것이다.

20세기말 코닥은 세계적인 대기업이었다. 아날로그 카메라에 장착하는 필름의 대명사로 알려진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는 바람에 필름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디지털 카메라가 바로 이 코닥의 필름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970년대 코닥의 필름 공장에 견학을 간 유치원생이 안내해주는 코닥 직원에게 필름이 무엇이죠? 하고 물었다. 이 직원은 일곱 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담는 그릇 이란다’ 로 답했다. 묻는 어린이도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이 직원은 집에서 카세트 테이프을 보았다.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필름이 그릇이라면 테이프도 같은 그릇 아닌가. 그래서 필름과 카세트 테이프를 접목시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직원은 유치원생의 질문을 그냥 받아 넘기지 않고 경청하며 그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아이디어가 되었다. 이것도 여러 가지 의견중의 하나로 봤기 때문에 큰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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