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나라가 진(秦)나라다. 이런 진나라를 망하게 만든 환관 조고는 중국 역대 최고의 간신(奸臣)으로 꼽힌다. 조고는 환관(宦官)으로서 어떻게 했으면 나라가 망할 정도였을까 궁금하다. 중국의 역대 간신들을 통해 역사를 배워보자. 춘추시대 초기 약140여 개 나라였던 중국이 7개의 나라로 먹고 먹혀 전국시대가 된다. 전국시대를 모두 통일해서 한나라로 만든 나라가 진나라다.

그러나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15년 만에 망하게 된다. 환관이면서 간신인 조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관은 궁중 내시를 말하는데, 성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든 불구자다. 궁궐 내에 왕비(王妃)를 비롯하여 수많은 비빈(妃嬪)과 궁녀(宮女)들이 살고 있으므로 일반 남자들을 통제 없이 출입을 시키면 치정(癡情)사건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방지하기 위하여 성 불구자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했던 것이다.

지체가 매우 낮으나 임금과 귀인들을 가까이 대하는 사람이라 누구든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 환관이다. 그러므로 환관 눈 밖에 나면 무서운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 시황에게는 비서실장격인 환관 조고가 항상 옆에서 보좌하며 황제를 등에 업고 있었다. 2인자인 승상 이사(李斯)도 조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할 정도였다. 지체는 낮지만 실질적인 세도는 장상(將相)을 우습게 볼 정도로 세도를 부렸다.

조고는 여색을 모른다. 그의 관심은 처음 재물에서 점점 세도의 방향으로 돌아간다. 동서고금을 통해 한번 맛보면 한이 없는 것이 권력이다. 천하통일을 한 진 시황을 등에 업은 조고는 어느 때 부턴가 권력을 휘두르다보니 나중에는 자기가 황제인양 착각을 할 정도로 오만해져 있었다. 조고는 진시황의 잠자리까지 관여하며 그의 사생활을 낱낱이 알고 있기 때문에 황제를 넘어서 그냥 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밤마다 황제에게 후궁을 불러주는 역할을 조고만이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궁녀들은 황제보다도 조고의 마음에 들어야 황제와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아무리 미인이라 해도 조고가 부르지 않으면 황제를 대면할 수조차 없었다. 조고의 권세는 더욱 높아만 가고 뇌물도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왔다. 진 시황에게는 몇 번의 암살사건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어느 날 창해공의 암살사건이 벌어지자 천하의 진시황도 겁을 먹게 된다. 이런 기회를 틈타 조고는 “폐하께서 관인후덕(寬仁厚德) 하시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계시니, 연나라 자객 형가(荊軻)와 한나라 자객 창해공 같은 암살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이 따지고 보면 폐하께서 사람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폐하께서 이런 불온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을 것입니다.”

겁을 먹고 있는 황제에게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시황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는 기색이었다. “그렇지 그들을 내가 만나주지 않는다면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는 없는 일이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외래객은 물론 승상이나 대부 같은 고관들도 직접 대면을 피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룁니다.” 시황제는 승상까지도 못 만나게 하는 것은 반대했으나 조고의 교묘한 술책에 넘어가고 만다.

승상이나 대부들이 고관이기는 하나 빈번하게 만나면 왕의 존엄성이 떨어진다는 말에 귀신에 홀린 듯 넘어가고 말았다. 정무는 승상부에 하달할 때는 조고 자신을 통해 전달하고 승상부에서 올릴 일이 있어도 본인을 통해 서장(書狀)으로 올리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이라고 말한다. 권위 의식이 누구보다도 높은 시황제는 조고의 말이 자기의 존엄성을 위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 시황이 50살 되던 해에 다섯 번째로 국가를 순시하다가 평원진을 지나던 도중에 병으로 드러눕게 된다.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2세 황제를 세우는 일이 급박해 졌다. 진시황은 장남 부소(扶蘇)에게 태자자리를 상속한다는 조서(詔書)를 보내라고 하명하였다. 그러나 전부터 부소와 조고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만약 부소가 황제가 되면 자기 자리가 위태로움을 알고 우매(愚昧)한 호해를 황제로 세우기로 마음먹고 음모를 꾸민다. 부소에게 조서를 보내지 않고 외부와의 모든 소식을 단절하고 호해에게 권좌에 오를 것을 권한다.

호해 역시 오르고는 싶었지만 인의충효에 가로막혀 쉽게 오르지는 못했다. 조고는 승상 이사도 몽염을 내세워 포섭해둔 상태였다. 조고는 서둘러 진시황의 장례를 치르고 호해를 이세황제로 등극 시켰다. <2부로 계속>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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