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용감하고 당당했던 배우이자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 25세)가 지난해 10월14일 세상을 떠났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그녀는 무대에 서기만 해도 빛나는 존재감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9년 6월는 솔로 앨범 <고블린>을 발매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특히 ‘설리’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그에 앞서 4월에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자 그날을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지지발언을 했다. “브레지어는 악세사리일뿐”이라는 의견을 JTBC 예능 프로그램 <악플러의밤>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한 2018년 2월 잡지 <코스모폴리탄>의 인터뷰에서는 “이름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당당한 여성이요, 전 그럼 행복할 것 같네요” 라고 대답한 바 있다. 어쩌면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할머니가 되어가고 싶은 마음 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설리’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는데 많은 순간 악의적인 주위의 시선에 무척 괴로워 하기도 했다. 동료배우를 ‘선배님’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라는 문구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평소 브레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설리’는 ‘별난 여자’라고 낙인찍히는 것보다 순종이라는 오명에 무릎 끓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이상한 여자’였다고 할 수 있다. 옷을 어울리지 않게 제멋대로 입고 다닌다고 해서, 나이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해서,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은 박장대소하는데 무반응이라고해서, 또 여자가 남자처럼 중결 모자를 낮이고 밤이고 쓰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설리’는 되려 이상한 족속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설리’는 지난해 9월초 데뷔 14주년을 맞아 “저도 여러분께 인간적으로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감사한 마음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앞으로도 미우나 고우나 저를 기억하고 끝까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팬 모두에게 전하기도 했다. 인간미와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그를 둘러싼 가십의 부피는 단순한 댓글 창 이상이었고 ‘설리’라는 두 글자를 포털 사이트에 치면 평소 그녀의 노출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오염된 검색어가 나열되기도 했다. 특히 ‘악플러’만이 가해자가 아니라 그녀에 대한 가십을 극히 여성 혐오적인 소문으로 퍼트리는 순간들을 방관한 많은 사람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그래서 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불행하게도 스물 다섯살의 젊은 인생을 미련없이 마감한 것이다. 정말 아쉽고 서글프고 가슴이 아리다. 조용히 그의 명복을 빈다.

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