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상 우리삶문화옥당박물관 학예실장

우리삶문화옥당박물관에 발령받고 자리 잡은 지도 벌써10년이 되간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덜하기도 하고 방역 및 관리감독이 많이 강화가 되기는 하였지만 옥당박물관에서 추진하는 박물관 길위의 인문학과 박물관 문화가 있는 날 지원사업을 운영하면서 체험프로그램은 꾸준히 참여가 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를 기억해보면 내가 제일 싫어하던 과목은 수학을 제외하고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계열의 과목을 싫어했다. 고3 때는 그나마 음악 미술이 없어서 입시지옥이라는 고3이 되기를 오히려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런 내가 박물관에 근무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이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업무였다.

처음 양성과정에 참여하였을 때는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중·고등 학교 때 그렇게 싫어하던 것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학교에서 내가 받던 스트레스는 음악 미술 체육은 일정한 수준의 그림, 노래, 운동신경을 사용하여 테스트 기준에 맞는 결과를 성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내가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만큼 타인의 표현도 존중하는 것이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못하는 것은 없다. 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자유롭게 표현을 해봐라, 다만 대충하려들지 말고 한번 열심히 해보면 좋겠다고 권장 한다.

언젠가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유난히 호랑이를 검게 그리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이왕이면 예쁘게 그리면 좋겠는데 왜 검은색으로 칠하나 싶어서 예쁘게 색칠하라는 의미로 왜 호랑이를 이렇게 무섭게 그리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학생은 진지한 눈빛으로 진짜 무섭죠? 제 호랑이가 제일 무서운 호랑이에요, 하면서 좋아하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충격이었다. 장난으로 검은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무서운 호랑이를 그리고 싶어서 검은색을 칠한 것이었다. 자유로운 표현이라 하고서는 나 역시도 예쁘고 잘 그린 것을 쫒아가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이며,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서 마음도 차분해지고, 순수해지는 것을 느낀 적도 있다. 마음을 선하게 할 수 있고 또 나를 사랑하고, 표현하고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방법 중의 하나로서 이 문화예술교육의 길을 나는 걷고 있다.

유연상 우리삶문화옥당박물관 학예실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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